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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NOTE] 압둘라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환경ㆍ문화 차이 극복 핵심

Jun. 15, 2022

쿠웨이트 신도시 프로젝트 총괄…심병준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 

엔지니어링은 건설산업의 뼈대다. 지하철, 고속도로, 교량, 항만 등 우리가 이용하는 각종 인프라는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쳐 현실화된다. 하지만 그 역할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 엔지니어는 기피 직군이 된 지 오래다. 젊은 인재들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 이제는 업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뼈대가 흔들리면 건설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대한경제>는 엔지니어의 역할 및 수행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 등을 조명하기 위해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신도시 접근법과 달라 

모래폭풍 차단 방풍림 및 지역냉방 등 반영

지난 4월 과업 완료 인수증 받아…올해 착공 기대

[e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심병준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사진)은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쿠웨이트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주역이다. 마스터플랜 및 인프라 설계, 건축설계, 스마트설계, 사업성 검토 등 4개 분야 15개 복합공종을 진두지휘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신도시처럼 아파트를 주로 하는 콤팩트시티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다소 틀어졌다.

쿠웨이트 국민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컸다. 주거 복지 차원에서 개발하는 신도시인 만큼 이를 배제할 수 없었다.

심 부사장은 “쿠웨이트에서 아파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는 곳, 임시 거주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신도시와 접근법이 달랐다”며 “당초 구상은 아파트 중심의 콤팩트시티였지만, 여의치 않아 일부에만 아파트를 들여놓게 됐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환경과 문화도 생소했다. 일대는 모래폭풍이 1년에 몇 차례씩 이는 곳이어서 이를 감안한 설계가 필요했다. 연중 최고 50도까지 치솟는 기후여건도 고려해야 했다.

그는 “프로젝트 대상지 서측에 방품림 지역을 만드는 게 특징”이라며 “모래폭풍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콘셉트였다”고 밝혔다.

특히 “쿠웨이트는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지역난방이 아니라 지역냉방을 쓰는데, 관련 기술인이 없다 보니 애를 먹었다”며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지역냉방은 처음 접했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성과품은 지난해 2월 마무리됐다. 당초 계획은 2년이었으나, 그만큼의 시간이 더 소요됐다.

지난 4월에는 우리나라 국토부격인 쿠웨이트 주거복지청(PAHW)으로부터 과업을 완료했다는 확인서인 인수증을 받았다. 지난 1년간 최종 성과품에 대한 검토 과정을 거친 결과다.

심 부사장은 “중동 쪽 신도시 설계를 한 게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중동에 설계 경험이 없다 보니 제도나 설계 프로세스, 인허가 과정 등이 달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고,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도 만만치 않아 제법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 관련 발주를 위한 서류도 모두 제공한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 첫 삽을 뜰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 부사장은 경력 30년 도시계획기술사로, 해당 분야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쿠웨이트를 비롯해 베트남,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해외는 물론, 경기 고양시 행신2지구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학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할 때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하는 데 관심이 높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직접 구상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압둘라 신도시에도 그의 철학이 곳곳에 녹아들었다. 대표적인 게 대규모 공원과 인공호수 조성이다. 기존 도시와 차별화된 요소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심 부사장은 “쿠웨이트는 워낙 더워 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대규모 공원과 인공호수를 들이면 온도를 낮추고 심리적으로 물이 주는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엔지니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접 계획하고 설계한 도시가 현실화됐을 때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인허가 과정 및 설계 과정에서 기존 계획했던 것과 다소 달라지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인 뼈대나 콘셉트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결과물을 볼 때면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백경민기자 wiss@ 

원본링크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2061414270688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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